“북 장마당에 아내 돕는 남편 등장”

앵커: 봄철 모내기 전투 기간 장마당 개장 시간이 늦춰진 북한에서 아내의 장사를 도와주는 남편이 등장해 장마당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선 여성들이 살림과 육아, 가정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장사하는 일상이 주부의 역할로 당연시 돼왔는데, 이러한 인식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신의주 장마당에 퇴근하는 아내의 장사 짐을 들어주려 저녁마다 나오는 남편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달 중순부터 농장마다 모내기가 시작되면서 장마당 개장이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로 단축됐다”며 “(저녁 7시 이후) 늦게 퇴근하는 아내를 남편이 마중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여성들은 오전에는 농촌에서 일(모내기)하고 오후 2시부터 장사를 시작해 7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고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8시 넘어 날이 어두워서야 장사 짐을 싼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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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북한 원산 동쪽 교외의 농경지를 지나 언덕을 자전거로 내려가는 한 북한 부부.
농경지를 지나 언덕을 자전거로 내려가는 한 북한 부부. 2011년 10월, 북한 원산 동쪽 교외의 농경지를 지나 언덕을 자전거로 내려가는 한 북한 부부. (AP)

그는 이어 “커다란 장사 짐을 등에 지고 집에까지 걸어가야 하는 여성들은 남편이 마중 나와 아내의 장사 짐을 대신 들어주면 고생이 덜하다”며 “이를 지켜보는 장마당 여성들 속에서는 부럽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모내기 전투 기간 여성들이 그 어느 때보다 고생한다”며 “아침에는 농장에서 모판을 뜨고, 오후부터 장마당에서 장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밥 해주는 남편은 신식 남자”

그는 “장마당 여성들은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하다가 커다란 장사 짐을 등에 지고 집으로 갈 때는 힘들어 한다”며 “그런데 요즘 신포 장마당에서는 아내의 장사 짐을 장마당까지 날라주고 막장 시간이면 다시 마중 나와 장사짐을 들어주는 남성(남편)이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내의 장사를 돕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여성들도 계속 자기 남편에게 말하면서 저녁마다 장마당에 아내를 마중 나온 남편이 적지 않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동네에서도 아내의 장사를 돕거나 아내가 장마당에서 늦게 들어오면 밥을 해주는 남편들을 ‘신식 남자’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며 아내의 장사 짐을 들어다 주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경우에는 부부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