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양강도의 힘 있는 사람들이 최근 은하무역에서 새로 개장한 대중 목욕탕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씁쓸하다는 표정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입구엔 8층짜리 숙소와 영화관, 식당과 여러 편의시설을 갖춘 “혜산시답사숙영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시작돼 삼지연시에서 끝을 맺는 ‘백두산지구답사행군대’가 하룻밤 숙식을 보장받는 장소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혜산시답사숙영소는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인데 올해 초부터 은하무역 양강도 사무소가 이곳의 사용하지 않는 영화관을 목욕탕으로 개조해 지난 4월 27일에 문을 열었다”고 전했습니다.
“한번에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 목욕탕은 체력단련실(헬스장)과 커피점,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까지 갖추었다”며 “목욕탕이 개장한 첫날부터 혜산시의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예약이 필수”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 전국의 시, 군에는 1980년대 말, 평양의 대중 목욕탕인 ‘창광원’을 모방해 만든 ‘은덕원’이 있었는데 ‘고난의 행군’시기 모두 없어졌다”며 “이후 지방의 시, 군들은 아직까지 큰 규모의 목욕탕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2010경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한증탕’이 혜산시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한번에 3~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며 “하지만 한증탕은 자본주의식 퇴폐문화로 낙인 찍혀 2019년 말에 대부분 철거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후 혜산시에는 무역기관들이 운영하던 대중 목욕탕이 7개나 있었는데 한번에 보통 1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었다”며 “이 마저도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고 코로나 사태로 중국산 가스 수입까지 중단되자 자취를 감추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은하무역에서 개장한 목욕탕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데 목욕탕 입구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불건전한 행위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내부 시설은 중국산 자재들로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졌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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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9일 “코로나 이전까지 있었던 목욕탕들은 대중탕의 경우 1인당 미화 2달러, 중국 인민폐로 12위안이었고, 개별탕이나 부부탕의 경우 1인당 5달러, 중국 인민폐로 32위안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은하무역에서 문을 연 목욕탕은 한번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탕인 데도 1인당 5달러, 중국 인민폐 32위안으로 매우 비싸다”며 “여기다 체력단련실, 식당, 커피점까지 이용하려면 15달러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렇게 비싼 값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지 않고 있다”며 “예전의 소규모 목욕탕들은 남녀 합석을 하는 등 퇴폐적 요소가 많아 힘 있는 사람들은 눈치를 보아야 했고, 보위부의 감시까지 걱정했는데 이번 목욕탕은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집에 몸을 씻을 시설이 없기 때문”이라며 “목욕을 할 수 있게 ‘위생실’까지 갖춘 살림집은 평양시에만 일부 있을 뿐 지방에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불법 뇌물과 청탁의 장소로 ‘목욕탕’ 주목
“여기다 대중 목욕탕은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여서 더욱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면서 “때문에 불법적인 뇌물과 약속(청탁)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벌써부터 이곳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힘 있는 간부들은 이곳이 편하겠지만 서민들은 이곳을 가리켜 ‘때를 벗기는 장소가 아닌 돈을 쳐 바르는 장소’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목욕할 곳마저 변변히 갖추지 못한 나라의 현실에 씁쓸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