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국에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 방송되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제목처럼 전국을 다니면서 노래자랑 대회를 여는 방송인데요. 가끔 깜짝 놀랄 실력자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흥’으로 승부를 보는 정겨운 무대입니다. 이 방송의 상징이 된 시작 음악과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는 진행자의 목소리는 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현장도 노래자랑입니다. 바로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 담아봅니다.
[현장음]여자 키인데.. / 괜찮아요. 열심히 해볼게요. / 아휴… 고생하십니다. / 율동도 좀 많이 하시고…
이곳은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서울가족플라자 다목적홀.
지난 12월 14일, 이곳에서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 경연이 펼쳐졌습니다. 민간 탈북민 정착지원단체인 새조위 즉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요. 이번이 7번째 행사입니다. 새조위 신미녀 대표의 말입니다.
[현장음-신미녀]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제1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을 (시작)했어요. 저는 실향민 딸입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동해면 창천리가 저희 아버지 고향인데 제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통해서, 이웃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북한 사투리를 하는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연세가 많아지고 사회 활동을 더 이상 안 하시니 북한 사투리를 점점 듣기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런데 2000년에 북한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막 나오는 거예요.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이 봤을 때는 느닷없이 북한 사투리를 많이 쓰니까 '저 사람들 조선족이야? 중국에서 왔어?' 이런 반응이 나왔던 거죠. 그리고 그런 말 하나하나에 우리 탈북민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이분들을 우리가 위로해 줄 방법이 뭘까? 그럼 우리 대놓고 사투리를 써보자, 남한 노래로 북한 사투리를 멋지게 한번 해보자.'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남한 노래를 북한 사투리로 부르게 된 겁니다.
남북의 이념과 문화의 격차를 줄여보고자 마련된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은 2014년에 처음 시작됐는데요. 이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로나 비루스 여파가 3년 정도 지속되면서 몇 년 동안 행사가 중단됐습니다. 2019년 12월, 제6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이 이후 약 5년 만인 2024년 12월 7번째 노래자랑이 열린 겁니다.
한 달 동안 참가 신청을 받고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 7팀을 선발했는데요.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모았습니다.
[현장음]심사위원 여러분들을 소개할 시간입니다. / 먼저 전 통일부 차관이시고 국민대 한반도 미래연구원장이시며 현재는 남북 사회통합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계십니다. 홍양호 님. 그리고 인권 민간단체 협의회 상임 대표십니다.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 전 남북하나재단의 이사장님이셨던 손광주 님 어서 오십시오. / 다음은 현재 한국 국가전략연구원의 북한 연구센터장으로 계시는 이영종 센터장을~~
경연이 시작되기 전, 먼저 만나 본 심사위원이 계신데요. 기대감과 함께 참가자들을 위해 응원의 말을 남겼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이혜선]저는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학인의 이사장을 맡고 있고요. 시인이고 문학 평론을 하고 있는 이혜선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 국제 펜에서 하는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언어가 우리 탈북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언어가 어떻게 생활을 지배하는가'에 대해서 분석해서 발표했어요. 그래서 탈북민들 인터뷰를 했고 북한 사투리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오늘은 북한 사투리도 잘 살려야 되고 노래도 잘해야 되고… 아마 여러 가지로 좀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기회에 또 용기를 내서 참여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정말 용기 내서 우리 함께 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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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심사위원 모두 저마다의 기준으로 본선 진출자들의 노래를 평가하게 되는데요. 공통된 채점 기준이 있습니다. 노래자랑이지만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은 노래 실력으로만 뽑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죠. 홍양호 심사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현장음-심사 위원장]오늘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 경연대회 심사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투리로 받는 점수가 100점 만점 중에 30점입니다. 그래서 사투리를 아주 맛깔 나게, 또 듣는 분들이 즐겁게 잘 개사가 되는지 사투리 바꾸는 게 30점! 그다음에 노래 실력, 가창 실력 30점! 그다음에 예능 예능! 율동이라든지 제스처라든지 뭐 여러 가지 있지 않겠습니까. 예능 점수가 30점입니다. 그리고 감성이 10점. 감성은 스스로도 감성을 일으켜야 되지만 우리 이 자리에 참석하신 청중들도 같이 감동해서 박수를 같이 치던지 호응을 좀 불러내는 그런 감성이 10점 해서 총 100점인데 심사위원들이 서로 상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한 점수를 그냥 합계 내니까 심사는 공정하게 됩니다. 오늘 경연대회에 참여하신 분도 그렇고 여기에 참여하신 청중님도 그렇고 모두 다 즐겁고 신나고 또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 행복하게 그렇게 오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무대 뒤에는 본선에 진출한 7팀이 대기 중입니다.
사회자들의 진행 상황에 맞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데요, 오랜 대기 끝에 드디어 첫 번째 출연자가 관객들 앞에 등장합니다.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탈북 5년차 김복실 씨입니다. 2019년에 발매된 ‘막걸리 한 잔’을 북한 사투리로 준비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노래]우리 모태 소문 났던 말썽꾸러기. 막내아들 장개가던 날. 썩은 이빨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비~~
두 번째 출연자는 허시안 씨인데요. 남한 사람입니다. 2004년 노래 ‘훨훨훨’을 준비했는데요. 이 노래도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노래]좋음도 쓸데없어. 싫음도 쓸데없어. 청산은 내를 보고 입다물고 살라합매. 버립소. 훨훨. 벗겨 버립소 훨훨. 좋음도 싫음도 버립소 벗깁소 훨훨훨~
[인터뷰-허시안]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온 참가자 2번 허시안입니다. 친한 언니가 한번 나가 봐라 이렇게 해서 추천을 해 주셨는데 그 언니는 새터민 관련한 봉사단체에서 일을 하는 분이세요. 아무래도 (북한 사투리가) 익숙한 말이 아니다 보니까 가사가 도저히 입에 안 붙는 거예요. 3~4주 정도를 연습하고 되든 안 되든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서울에 와서 예선을 봤는데 감사하게도 본선에 붙어서 오늘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대회 준비하면서 음악이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하나로 이어주는, 말은 달라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정말 매개체가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또 북한 말에 대해서 조금 심도 있게 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안 씨는 대구 사람이다 보니 평소 서울말이 아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요. 이번 북한 사투리 노래자랑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고 합니다. 경상도 사투리와 북한 사투리, 어떤 점이 비슷하다는 걸까요? 허시안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봅니다.
-Closing Music-
[인터뷰-허시안]원래 가사가 '말 없이 살라 하네' 라는 부분이 있는데 '입 다물고' 이렇게 바뀌더라고요. 저희 경상도 말도 되게 센 편인데 더 세더라고요. '말 없이'라는 게 '입 다물고 살라 하네' 그리고 '티 없이 살라하네' 이런 것도 '티 깨끗' 이렇게 뭔가 딱 명사로 붙여지는 이런 느낌이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시안 씨는 본선 무대를 앞두고 오늘 대기실에서도 남북한의 공통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는데요. 뭘까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