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농장 빚 해결할 ‘양봉’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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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 농장의 상당수가 지금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고 들리는데요. 사실입니까?

조현: 네. 북한 당국의 무자비한 코로나 봉쇄 여파로 몇 년 째 농장 자금 사정이 정말 최악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평안남도에서 잘 나가는 서해안 곡창지대 농장들, 예를 들면 룡림, 립석 농장의 작업반장들이 작년에 농사짓느라 빌려 쓴 돈을 미처 갚지 못해서 빚단련 때문에 지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피해 다닌다고 합니다. 제 소식통에 의하면 평안남도 문덕군의 25개 농장 경리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MC: 그래서 소장님이 늘 농가 소득 향상에 대해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혹시 지금, 농장 수입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도 있을까요?

나날이 오르는 벌꿀의 수요

농장의 빛 청산 위해 양봉에 주목해야

조현: 네. 있습니다. 물론 돈이 되는 작물 심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저는 6월인 지금은 양봉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농장에서 양봉에 관심을 돌려주시고요. 양봉업자들을 모내기나 김매기 등의 공동작업에 동원하지 말고 양봉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겠습니다. 그럼 진짜 농장들이 뭉칫돈을 벌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 시장에선 꿀이 인기입니다. 경제난으로 신약 수입이 부족해지면서 고려약(한방)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건데요. 당연히 천연 약재로 알려진 꿀이 그 첫 자리를 차지하는 거죠. 꿀의 가격은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성의 경우 진품 1kg에 북한 돈 20만원, 약 23달러 정도 됩니다. 한두 해 전에 비해서 40%나 오른 것 같습니다.

MC: 보통 각 농장에 양봉 담당 분조가 있지 않습니까?

조현: 네.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그러나 양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요. 양봉업자들의 자율성을 제한하면서 다른 일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또 양봉업에 필요한 설탕 같은 자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고요. 기후와 밀원(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 정보가 부족해서 양봉할 때 꽃이 피지 않는 장소나 시간을 선택하여 망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인터넷을 통하여 기후, 꽃피는 시기, 질병 등 양봉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사전부터 세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북한에서도 지금 양봉에 집중하고 그 방법을 잘 알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6월이면 세력이 강한 꿀벌 무리를 대상으로 분봉하는 때니까요. 분봉이란 여왕벌이 새 여왕벌에게 집을 물려주고 일부 일벌과 함께 새 집을 만드는 일인데요. 이게 양봉의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장소도 중요할 거 같은데 양봉은 어느 곳에서 해야 효과적일까요?

조현: 네. 양봉농장은 입지 선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반경 2km안에 밀원이 풍부한 곳 또 햇볕이 잘 들고 습하지 않으며 바람이 적은 곳이어야 합니다. 6월이면 일벌 수가 급증하여, 여왕벌과 일벌 다수가 앞서 말씀 드린 곳 인근 나뭇가지에 운집합니다. 그때 빈 통에 벌을 털어서 수용하고 먼저 준비해 놓은 벌집에 삽입하면 되겠습니다. 이게 자연분봉이고요. 인공분봉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공분봉은 왕대(장수벌이 될 알을 받아 벌이 될 때까지 기르는 벌집)와 착봉벌집(이미 태어난 벌이 붙어 있는 벌집) 3~5장을 빈 통에 같이 수용하고 여기서 새로운 여왕벌이 출생하여 산란을 시작하면 분봉이 완료됩니다. 지금 말씀 드린 방법이 쉽지 않다면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벌통을 구매하면 되는데요. 구매 벌통은 산란이 왕성한 여왕벌을 보유하고 일벌의 수가 1만 마리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벌통을 구매하는 것도 북한에서 가능하지만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 게 단점입니다.

MC: 북한 농민들이 벌통 구매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네요. 말씀을 쭉 들어보니 양봉에선 여왕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요. 여왕벌 관리가 따로 필요한가요?

조현: 그럼요. 여왕벌은 산란을 해야 하는 벌이니까 가장 중요합니다. 일벌들은 여왕벌을 위해 꽃에서 꿀을 가져오기 때문에 여왕벌이 없거나 부실하면 양봉업은 망하는 겁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6월엔 무조건 우수한 여왕벌, 새로 교미한 여왕벌로 교체하는 겁니다. 1개의 벌통에는 여러 장의 벌집이 들어 있잖아요? 전체 벌통에서 벌집 단 한 장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칸막이로 막아주세요. 그리고 칸막이의 반대쪽으로 2cm만 구멍을 뚫어서 작은 문을 내주세요. 이 문으로 왕대(장수벌이 될 알을 받아 벌이 될 때까지 기르는 벌집)를 살짝 끼워서, 먼저 분리해 둔 한 장 벌집에 붙어 있는 벌들과 교미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처녀벌들이 교미를 마치고 그 중 누군가가 산란에 성공하면 그가 새 여왕벌이 되는 겁니다. 이때 벌통 문을 열어 원래의 구 여왕벌을 제거하고 벌통 안의 칸막이를 빼내어 합봉시킵니다. 유밀기(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시기)라면 구 여왕벌을 제거한 다음날 석양 때 곧바로 합봉을 해도 되지만 무밀기라면 2일 후에 합봉을 하면 더 안전합니다. 산란 후의 여왕벌을 좀 더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입니다.

MC: 들으면 들을수록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네요. 이런 정성이 들어가니 꿀이 비싼 이유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지막으로 벌들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북한에서도 어렵지 않은 전염병 예방

조현: 네. 있습니다. 미국 부저병 유럽 부저병, 백묵병, 응애, 다양한 병이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병에 걸린 벌까지 치료하긴 어려운 상황이니 대신 예방을 잘 해주셔야 하겠습니다. 북한에서도 예방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여왕벌을 교체하고 모든 벌들을 어리고 젊은 벌로 교체하면 괜찮습니다. 벌통의 청결을 항상 유지해 주시고요. 벌 무리들의 이동시에 통풍을 철저히 하면서 스트레스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도봉'이라고 해서 벌들도 꽃에서 꿀을 얻지 않고 남의 벌통에서 꿀을 훔쳐오는 현상들이 발생해요. 그때 전염병을 옮길 수 있으니 사전에 벌통 간의 접촉을 막아 주시고요. 주변에 꽃이 부족해 보이면 먹이를 잘 급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먹이는 설탕액을 녹여서 공급하는데 설탕과 물의 비율은 1.5~2대 1로 해주시면 됩니다. 또한 '화분떡'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탈지분유나 탈지콩가루, 맥주효모, 백설탕 등을 있는 대로 혼합해서 반죽한 다음 벌집 틀 위에 놓으면 이게 또 벌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전체적으로 양봉을 할 때는 벌들이 더위에 직사광선을 받지 않게 하고 충분한 물과 먹이를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아시면 좋겠습니다.

MC: 소장님께서 앞서 양봉업자들이 양봉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는데요. 그 외에 북한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조현: 네. 있습니다. 북한 농업 당국은 농장들에게 자금을 융자해 주지는 못할망정 농장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하여 방해하거나 국가에 수매시키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농장 관료들이 도시의 돈주들에게 빚단련을 받는 것은 100% 북한 당국의 책임이거든요. 농장들이 효율적인 경영을 하게 자율성을 주지 않고, 농사 한번 지어보지 못한 김정은과 노동당 관료의 지시를 무조건 집행하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처럼 좋은 날씨에 양봉업자들이 꽃을 따라 이동할 수 있게 식량과 차, 연유를 충분히 공급해주고 다른 도로 넘어갈 때 단속하지 말길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