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공개한 북, 비핵화 아닌 핵 군축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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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먼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북한 보도를 통해 북한이 노리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일단 북한은 핵 개발에 대해서는 이미 대화를 그만두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미국에 대한 전체적인 메시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번 보도를 통해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계속해서 생산할 의사를 강하게 보여줬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도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거나, 새로운 신형 원심분리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미국에 대해 더 이상 북한의 핵 포기를 강요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자]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 개발 수준과 그 의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지난 1월 기준) 1년 전보다 20기 늘린 50기에 달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비밀 농축 시설이 있다면 북한은 매년 약 150kg 정도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표준적인 핵폭탄에는 약 15kg에서 25kg 정도의 무기급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북한은 연간 몇 개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소폭탄의 경우는 더 많은 양의 우라늄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더 강력한 무기도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2011년에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보여줬던 원심분리기보다 더 최신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신형 원심분리기는 기존 모델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원심분리기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수입했던 알루미늄 재질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북한은 연간 여러 개의 핵폭탄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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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기자]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보면서 "이곳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또 다른 곳에서는 힘들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좋은 질문입니다. 저도 북한이 지금 매우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현재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인데,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그 후에 보내도 되지만, 현재 미국 대선과 관련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둘러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총비서는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 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했으며, 이를 통해 올해 연말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다음 만남은 모스크바에서 하자고 제안했고, 만약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지원 등을 받으려는 계산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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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의 핵 개발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핵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김정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제한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프랑스나 영국 정도의 핵무기 보유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대략 200~300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후에는 이를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은 전술핵 개발에 주력할 것이며,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미국 정부의 변화가 북한 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은 과거 세 번의 외교적 시도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첫 번째는 1994년 제네바 합의입니다. 당시 우라늄 농축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가 파기됐습니다. 두 번째는 6자 회담을 통한 협상이었는데,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려 했지만,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등장하면사 협력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세 번째는 정상회담 외교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1대 1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김정은 체제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간과하면서 실패했습니다. 또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면서 압박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들도 병행할 것 같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보유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일본과 한국에서도 비핵화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미 일본 자유민주당에서도 핵 공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의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하며, 내년에 출범할 미국의 새 정부에 이 문제를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