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개 활동 중 절반이 ‘군사’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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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하반기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공개 활동을 분석해 보면 '군사' 부문이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현재 총 33번의 공개 활동 중 군사 분야는 17회로 절반을 차지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군 관련 공개 활동이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당장 경제적으로 보여줄 성과가 없고,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강화하는 때에 앞으로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군사 부문에 더 편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하반기 공개활동 33회 중 17회가 군 관련

8월 27일 해군절 기념 해군사령부 축하 방문.

8월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

9월 3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연이어 군사 부문에 관한 공개 활동에 나선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 통일부의 ‘김정은 공개 활동 동향’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을 참고해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을 (관영매체 게재 기준) 분석해 봤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총 32회로 과거 평균인 62회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중 자유아시아방송이 확인한 군 관련 활동은 16회였습니다.

하반기 들어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지난 7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불과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그의 공개 활동은 총 33회였으며, 그중 군 관련 활동은 17회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김 총비서가 보여준 공개활동 65회 중 절반에 가까운 33회가 군사 부문에 집중된 겁니다.

특히 올 하반기가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고,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김 총비서의 군 관련 행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2022.7.1~2022.9.6)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15회에 그쳐 올해 두 배 이상 공개활동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사 부문 활동에서 차이는 더 뚜렷한데, 지난해 7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군사 부문에 관한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찾아볼 수 없고, 주로 기념사진이나 행사 참석, 정치 회의, 참배 활동 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연합연습 맞서 ‘해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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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박원곤 한국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총비서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군사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군사와 경제 모두 끌고가야 하는데, 코로나 대유행으로 3년 7개월간 이어진 국경봉쇄와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오히려 군사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원곤] 특히 경제 쪽은 얼마 전 김덕훈 내각 총리를 비난하면서 수해 현장에 간 것이 상당히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의 책임이긴 한데 일종의 책임 전가를 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게, 북한의 입장에서 상당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보인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판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군사 쪽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는 거죠.

또 한해에 열병식을 세 번 한다는 점, 김 총비서의 최근 현지 지도 장소가 대부분 군 관련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 등을 보면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특히 김 총비서의 군사적 행보는 지난 8월에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이후 더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달 18일 이후, 5번의 군 관련 공개 활동을 이어간 겁니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북한에 충격을 준 것 같다며, 최근 김 총비서가 해군 쪽으로 잦은 군사 행보를 보이는 것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하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박원곤] 한미일 안보협력의 주 대상이 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억지 능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북한의 해군력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이건 자신들에게(북한) 굉장히 큰 안보적인 도전이 되는데 이걸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해군 함정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걸 통해 단번에 열악한 해군력을 상쇄하려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연일 ‘해군 무력’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김정은 총비서는 해군 동해함대 시찰에 이어 같은 달 27일 해군절을 맞아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를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 3일에는 선박 엔진 생산공장 현지 지도에서 해군 무력 강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해군 전력은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고 평가합니다.

[신승기] 사실 북한 지상군보다 해군은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습니다. 특히 해군력과 공군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육군보다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거든요. 현대전에서 적절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력이 필요한데요.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그 재원을 뒷받침하기에는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제한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가져가고 싶다는 선언적인 의지나 의도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김 총비서가 군사 부문 활동을 이어가는 반면, 민심을 챙기는 행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세 번 방문한 것 외에는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이 거의 군사와 정치 부문에 집중된 겁니다.

박 교수는 민심을 보듬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한데, 정작 북한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경제 관련 행보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결국은 경제 문제가 풀려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전혀 보여줄 만한 게 없으니까요. 주택과 건설 쪽에 좀 보여줄 수 있는 수준밖에 없고요. 수해 현장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김정은식의 애민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경제를 통해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애민 사상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게 안 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군사 쪽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가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수해 지역과 군수공장 시찰 등에서 과도한 보여주기식 연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분간 군 관련 행보에 집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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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열린 북한 정권수립('9·9절') 73주년 기념 열병식 모습. /연합뉴스

정권 수립 75주년을 앞둔 북한 당국.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실장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도 김 총비서가 군사적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정성장] 오는 9일에 열병식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오는 9월, 10월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고요. 올해 3월에 북한이 핵실험에 사용할 핵탄두를 이미 보여줬기 때문에 당분간은 핵미사일 강국 건설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면서 민생도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승기] 지금과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도 계속 강조하다시피 체제 보장과 경제를 재건하는 게 가장 큰 두 개의 목표 축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방문단이 와서 무기 전시를 본 것처럼 (군사) 활동 모습들이 더 두드러질 거고요.

[박원곤] 오는 9일 열병식이 중요하게 지나갈 것이고, 경제 쪽은 별로 보여줄 만한 게 없습니다. 북한이 현재로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위성 발사입니다. 10월에 다시 예고해 놓은 거니까요. 그거는 반드시 성공해야 되는 상황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 또 오는 10월로 예고된 정찰위성 발사 등 군사 부문에 집중된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