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내고 왜 사서 고생” 북 청년들, 백두산답사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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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청년들에게 연일 혁명전통 교양지 백두산답사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자비로 부담하는 백두산답사는 강추위 속에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라며 기피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지난달부터 전국 청년들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이 시작됐다”면서 “평안남도에서 백두산답사에 참가한 청년은 300명이다”라고 자유아사이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전국에서 선발된 청년 답사대는 모두 1천500명 규모이다”라면서 “청년답사대는 양강도 삼지연시에서 출정식을 가진 후 백두산밀영 (김정일)고향집으로 강행군을 시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백두산답사는 앞으로 1월과 2월에도 계속된다”면서 “당의 후비대인 청년들이 혁명의 성산 백두산 답사를 체험함으로써 혁명전통 교양을 강화하도록 하라는 게 당국의 지시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에 따라 도 청년동맹조직에서는 2차 백두산답사대를 선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강행되는 백두산답사 비용이 모두 참가자 부담이어서 청년들은 참가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백두산답사대에 선발된 청년들은 단체답사복과 답사기간 숙식비용으로 1인당 50달러를 바쳐야 합니다. 공장노동자로 일하는 청년들이 50달러(내화 42만원)를 마련하려면 14년치 월급(월 2,500원)을 모아야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혁명의 성산으로 상징되고 있는 백두산답사는 장사로 돈을 모은 청년들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장사하는 청년들도 내 돈을 써가며 강추위 속에서 백두산지구를 행군하면서 고생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백두산답사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사로 돈을 버는 청년은 백두산 답사 비용을 부담할 능력은 되지만 답사 일정 동안 장사를 할 수 없어 여러가지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고 이 과정에서 뇌물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애초에 돈이 없는 청년들은 선발되지 않는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당 입당을 희망하거나 청년동맹조직 간부를 희망하는 경우 청년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백두산답사를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신의주에서도 지난 11월 말 도에서 선발된 200명의 백두산지구 청년답사대가 출발했다”면서 “현재 평안북도 청년답사대는 삼지연시와 붙어 있는 혜산시에서 전국의 청년답사대와 합류하여 백두산밀영을 지나 청봉숙영지 등으로 행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 열흘 정도 걸린다”면서 “이들이 돌아오면 2차 백두산지구 청년답사대가 출발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도 청년동맹조직에서는 이달 중순 출발해야 하는 백두산지구 청년답사대원 500명을 선발하느라 각 시, 군 청년동맹조직에 답사대 선발권을 내려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백두산지구 답사 비용이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1인당 50달러씩 부과되고 있어 백두산답사를 가겠다는 청년이 없다”면서 “이에 당국은 돈이 좀 있는 부모를 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백두산답사권을 강제로 떠맡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청년들은 백두산답사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 돈을 바쳐가며 강추위 속에서 고생해야 하는데 왜 가야하냐며 당국이 강조하는 혁명전통 교양지 백두산답사를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산답사는 청년들만 하는게 아니고 각 대학 대학생들은 4년제 공부기간에 의무적으로 갔다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9년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라 백두혈통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청년들이 자비를 들여 백두산 답사를 겨울철과 여름에 가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2019년 이전에는 혁신자들이나 청년동맹, 소년단에서 모법적인 학생들을 국가에서 경비를 보장해 주면서 표창하는 식으로 갔다는 설명입니다. 2019년 이후 북한 당국이 청년들에게 경비를 보장하지 못한 데에는 코로나 봉쇄와 경제난의 원인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앞서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주체 조선의 명맥인 백두의 혁명 전통을 대를 이어 끝까지 빛내어 나가자"면서 백두산 답사를 독려한 바 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