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대한 제4차 보편적정례인권검토, UPR이 내달 7일 열립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4차 UPR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전직 북한인권대사들의 제언을 세차례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북한인권대사직이 신설되기 전 한국 외교통상부 인권대사로서 1차 북한 UPR에 참여한 제성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를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제성호 교수] 네, 제성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모처럼 RFA와 인터뷰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기자] 오는 11월 북한을 대상으로 한 4번째 UPR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둔 권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계십니까?
[제성호 교수] 옛날과는 달리 요즘 열리는 UPR에선 한국에 주어지는 발언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중국 UPR때도 45초 만 발언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가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고 권고할 내용은 한 3~4개 정도만 압축적으로 발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고요.
지금 북한에서 이른바 ‘3대 악법’이라는 것이 2020년대에 들어와서 제정 됐거든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보호법이라는 것이 제정됐는데 이게 지금 북한 젊은이들, 소위 MZ세대의 발언과 자유로운 행동,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고 있는 이런 반인권적인 악법을 철폐하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북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자의적인 구금이나 연좌제, 또 공개 처형 같은 거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근절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한국과 관련된 북한 인권 문제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산가족,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 특히 뭐 생사 확인이나 송환을 위해서 남북이 조속히 협상을 재개할 것을 권고한다든가 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고요.
특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 6명의 한국 국민들이 있는데 북한 입장에선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북한도 ‘비엔나 협약’ 당사국이거든요.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사 접견권을 6명의 억류자들에게 허용하라는 것도 권고를 했으면 좋겠고요.
[기자]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 측의 태도가 이번 UPR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제성호 교수] 북한 도발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고요.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데 경의선 철도에 이어서 남북 연결도로도 폭파하고 포병부대에 완전사격태세를 준비하라는 얘기도 하면서 '요새화'를 하겠다고 하잖아요. 지뢰도 매설하고 여러 가지 강경한 태도로 압박 전술을 펴고 있는데 아마 그런 입장으로 볼 때 국제사회가 인권 개선이나 국제 규범을 지키라고 요구해도 북한은 마이동풍이라고 할까? '마이웨이'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우리식 인권관'을 갖고 UPR에 나서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예전부터 ‘인민의 낙원’이라고 주장 했잖아요. 북한엔 인권 문제가 없다고 완강히 주장해 왔는데 아마 그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선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 3차 UPR에서 수용한 권고안 내용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 이후 이행 여부와 경과를 어떻게 평가 하시는지요?
[제성호 교수] 지난 3차 UPR에서는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이나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262건의 권고를 했습니다. 북한은 그 중에 132건을 수용한 걸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 중에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 있는데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협조하라는 권고를 북한이 수용했어요. 그런데 3차 UPR 이후 지난 5년 동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수용은 했지만 이행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겠고,
또 북한은 지금 5대 인권조약에만 가입한 상태입니다.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여성차별 철폐 규약, 어린이 권리보호 규약, 장애인 권리 협약입니다. 북한이 가입하지 않은 협약 예컨대 고문방지협약, 인종차별 철폐 협약, 국제인권규약 등에 가입하거나 비준을 하라고 권고했는데 그걸 수용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과거 1차 URP 때도 북한에선 고문이 자행되지 않는다고 부인 했거든요. 고문이 실시되지 않는데 왜 가입을 안 합니까? 그것도 이상 하잖아요.
또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이나 산하기관과 협력하라는 권고도 수용한다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조사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고요. 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수용하지 않는 등 그다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또 과거에는 북한에도 인도 지원기구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분배 투명성 문제 등 때문에 북한에서 철수했고, 이런 기구들이 북한에 다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권고도 수용은 했는데 역시 실제론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코로나 사태나 그에 따른 국경 봉쇄 조치 등 나름대로 사정은 있지만 어쨌든 이행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수용과 불이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전략도 세우고 치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3차 UPR 당시 거부한 것 중 주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 내용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제성호 교수] 앞서 말씀드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조사 같은 것들은 북한이 계속해서 거부해 오는 거고요. 그 다음에 정치범을 석방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는 권고를 여러 국가가 했는데 그것 역시 북한이 완강히 거부했고, 구금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라, 성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라는 권고도 했고요.
북한은 감시·검열 체제를 유지하는 사회잖아요. 비밀 경찰과 감시 조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유지하고 있는데 감시와 검열을 폐지해라, 언론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해라, 또 납북자 문제도 있습니다. 납북자 문제는 우리가 1차 UPR 때부터 권고를 했던 사안인데 북한은 계속해서 거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주체사상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쉽게 수용을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러다 보면 우리가 북한의 안정적인 변화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가 없잖아요. 북한이 지금 대남 도발이나 핵·미사일 개발,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마치 ‘비행 청소년’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권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부분, 또 야당의 부재, 비판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과 다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렵겠지만 이 문제를 우리가 계속 거론하고 지적하고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이 예를 들어 ‘강제 노동이나 아동 노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행하지 않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거든요. 그럼 우리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증거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이 자국 내에 없다고 하고, 그건 허구이고 조작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위성사진 등을 통해서 정치범수용소 운영 실태 등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고 북한 내 관련 문헌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북한 스스로 인정하는 문헌, 공개 보고서 같은 데도 슬쩍 넘어가면서 관련 언급이 나오잖아요. 탈북자의 증언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가 체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국제인권규범과 어떤 괴리가 있는지를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하고 압박을 해야 합니다. 한 번으론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북한이 거부한 내용이라고 해서 그냥 제쳐놓을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또 북한이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 북한의 법 규정과 실천 양상이 다르다는 그 격차와 괴리를 우리가 찾아내서 증거를 갖고 북한에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에도 해외 파견 노동자 문제의 경우 그 노동자들이 북한 밖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가 더 쉬웠고, 그것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례를 참고해서 북한 인권 개선 노력도 증거주의에 입각해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고 이렇게 북한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세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기자] 네 번째로 접어든 UPR 프로그램입니다. 그 성과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보시는 부분, 그리고 한계로 짚어주실 부분이 있다면?
[제성호 교수] 북한도 예전처럼 인권 문제가 없다는 식의 과장은 하지 않고, 인권의 보편성이나 평등성, 개별성 같은 용어도 사용합니다. 더디고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인권의 보편적인 성격, 국제사회의 인권 인식 등을 깨달아 가는 등 학습 효과가 조금씩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고, 또 그동안 UPR을 거치면서 북한이 몇 가지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아동권리협약에 선택의정서가 있는데 거기에도 2014년경 가입을 했고 장애인권리협약에도 가입을 했고 또 내부적으로도 인권기구를 몇 개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국제인권협약 이행을 위한 민족위원회, 장애자보호위원회, 사회과학원 산하 인권문제연구소 등을 설치해서 나름대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대외 홍보용이기는 하지만 기구도 만들었고요.
그러나 여전히 상당한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련된 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체제 정복 의도다, 조작이다 하면서 아예 사실을 이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정치범 수용소 등은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었는데도 상상의 산물이다 허구다 이런 식으로 사실을 그냥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죠.
또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가 결의해서 인권 메커니즘과 대화, 협력을 지속하라고 권고했는데 이것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기술 지원이나 협력 등 국제사회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서 북한 인권 개선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거듭 깨닫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되고, 계속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자] 외교부 인권대사로 활동하실 때 UPR과 관련해 전해주실 경험이 있으시다면?
[제성호 교수] 2009년 12월 7일 첫 번째 UPR이 제네바에 있는 회의장에서 열렸습니다. 그 땐 UPR에 주어진 시간이 3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북한이 1시간을 쓰고, 유엔 이사국과 회원국들은 2시간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발언권을 신청한 나라가 60개국도 안됐어요. 그래서 이사국이나 회원국이 2분에서 3분까지도 발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UPR에선 아마 신청 국가가 1백 10여개 국, 아마 1백 20여개 국이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 UPR에선 45초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아마 그 정도밖에 발언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1차 UPR땐 한국도 2분, 다른 나라도 2분씩 한 것에 비하면 발언 시간이 많이 축소된 것이죠.
그 때는 발언권을 신청하려면 한국, 미국, 일본 외교관들이 제네바 유엔 사무소 앞에서 밤을 새우고 8시에 문 열면 줄을 서서 발언 순서표를 받았어요. 1차 UPR 주기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였습니다. 한 번 경험해보고 나서 4년 동안 제도 개선을 강구한 것이죠. 2011년 하반기부터 UPR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서 주기가 4년 6개월로 늘었고요. 시간도 3시간 반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UPR도 상당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기자] 북한이 당시 첫 UPR에 보인 반응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을까요?
[제성호 교수] 첫 UPR 당시였던 것 같은데, 다른 나라 대표가 북한을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불렀어요. 그랬더니 북한이 당장 거기에 각을 세우면서 '노스 코리아'가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거냐, DPRK로 국명을 정확하게 불러 달라고 요구해서 정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노스 코리아'라는 말을 쓰던 나라가 있었어요.
또 1차부터 3차 UPR까지 지켜보면 북한이 현장에서는 제시된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발언을 잘 안합니다. 현장에서는 일단 거부하고 추후에 밝히겠다든지, 주목하겠다 정도로 이야기하는데 뭐라고 할까, UPR에 성의 있는,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자] 인권대사로 활동하시는 동안의 중점을 두신 부분, 그리고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제성호 교수] 제가 대사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2008년 8월에 인권대사가 됐는데, 인권문제를 제기할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관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잖아요.
어쨌든 저는 그런 상황에서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 당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대사, 태국에서 활동하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접촉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려 했고, 비정부기구(NGO) 국제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노력과 의지를 널리 홍보하기도 하고요.
임기 후반기에는 또다른 메시지를 알리려고 노력했는데, 북한 내 인권탄압이나 유린이 단순히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책임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그 이듬해 2월엔 인권보고서도 나왔잖아요. 거기에 북한에서 자행되는 대부분의 인권 침해는 반인도 범죄를 구성하는 수준이라는 표현이 실린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인권대사가 주장하는 것이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으로부터 출발해서 축적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당시에 한국의 한 인권단체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장을 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과 천안함 폭침 사건이 전쟁 범죄라며 가해자를 김정일로 지목했는데, 제가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활동에 나름 힘을 실어주는 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면서, 남북 관계를 풀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남북 간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도 인권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제성호 교수]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인권문제를 후순위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에도 한국 국민이 개성공단에 억류되거나 박왕자 씨 피살 사건, 대남 도발 등이 이어져왔고 최근에도 전방 지역을 요새화하면서 지뢰를 매설하고 포병부대에 완전사격태세를 준비하라고 하는 등의 소식이 들리는데 저는 여기에 심리전적인 요소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북한이 도발하고 대남 강경 태도를 보일 때 우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안보 문제는 안보로 대응하라는 것이죠. 한미동맹 등 강력한 안보태세를 구축해서 해결해야지, 안보 문제가 인권 등 다른 사안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 문제기 대문에 인권 그 자체로서 접근하고 해결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대북전단 관련해서 갑자기 평양 무인기 주장까지 나왔는데, 전단은 표현의 자유, 알 권리, 읽을 권리, 볼 권리와 관련된 것이잖아요. 이것은 인권 문제고, 표현의 자유는 북한도 당사국인 자유권 규약에 명시돼 있어요. 그러면 북한에 이것을 보장하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UPR 서면 질의에서도 이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니까요. 그런데 북한은 전단 보내는 것을 자꾸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잖아요. 이것은 인권 문제고, 초국경적인 것이고 북한도 규약 당사국으로서 준수하고 보장하고 이행해야 할 문제란 말입니다. 이 부분을 한국 정부도, NGO도, 유엔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입장이 다른 한국과 북한이 만나서 대화해야 합니다.
남북 간 소통 창구가 없으면 미국이나 중국 등에 조정자 역할을 하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이 러시아에 만 여명을 파병하고 3천 명은 특수부대에 배속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북러가 굉장히 밀착돼 있는데 그런 상황에 중국마저 거기에 합세하기보다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니까 이런 때일수록 남북 대화가 성사되도록 설득에 나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것이 중국 입장에서도 이익일 테니까요.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나는 것이 중국에도 좋지 않잖아요. 국제사회에서 이미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반도에서도 분쟁이 격화되는 것 보다는 그걸 좀 완화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 또 미국과 주변국의 역할이 너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그래서 저는 안보는 안보로 대처하고 인권은 인권 그 자체로 접근한다, 우리가 안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고맙게 생각하거나 인권을 개선할 것인가? 아니거든요. 인권 문제는 거론을 해야 개선이 되고, 침묵하면 진전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기자] 북한인권문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들에게는 어떤 부분에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제성호 교수] 우리가 올바른, 균형 잡힌 대북관, 북한에 대한 인식을 가지려면 북한 인권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수령 독재 체제에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인권 문제를 올바르게 직시할 때 균형 잡힌 대북관을 가질 수 있다. 북한이 어렵고 못살고 가난하니까 도와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연결해서는 안 되거든요.
북한을 올바로 알 때 통일에 대한 접근도 바르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올바른 통일관을 정립하기 위해선 북한 문제, 특히 인권 문제를 제쳐 놓고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 요즘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런다고 북한이 우리와 공존하며 잘 살려고 할 것인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북한은 대남 혁명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체제인데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를 자본가 계급이 억압과 착취, 차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자 이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건전한 체제 변화를 이룩하도록 촉진하고 돕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하고, 그래야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올 수 있고 자유민주 통일이 돼야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과 따로 살고 두 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구조가 아니란 말입니다. 북한이 한국을 계속 괴롭히는 숙명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직시해야 한다, 너무 안이한 통일관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계신 청취자들에게 더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성호 교수] 저는 북한을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 또 북한 주민들은 노예처럼 살고 있다.
또 인권이란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권리’입니다. 북한에서 인권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고, 북한 주민이 그러기 어려우니 국제사회가, 유엔이, 국내외 NGO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대북 압박을 하는 것이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롯한 이른바 ‘3대 악법’이 나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으니 억누르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누른다고 완전히 억제가 될까요? 결국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반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요. 그런 것들이 양적으로 점차 축적되면 질적인 변화도 뒤따릅니다. 그건 틀림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우리가 통일로 가기 위한 여러 노력을 구사하고 준비하고, 또 검토하고 대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이런 시간을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 된다, 잘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통일은 미리 준비하는 자의 것이지 갑자기 아무런 준비 없이 벼락같이 찾아올 때 허둥대면 그때는 큰 재난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유 통일을 열망하는 그런 노력이 북한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변화와 흐름이 남과 북에서 동시에 이어진다면 어느 정도 통일을 향한 왕성한 기운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로부터 다가올 4차 북한 UPR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인터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