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장마당에서 된장과 간장 그리고 식용유 등 기초식품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이런 식품을 사려는 주민들은 국영 식품상점을 이용하라는 지시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2년부터 국가 주도로 곡물 수급을 장악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하고 장마당에서의 곡물 거래를 금지시킨 북한이 이달부터는 기초식품 거래까지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부터 성천 장마당에서 장사꾼들이 된장과 간장, 기름(식용유)을 팔다 단속되면 무상 몰수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에 의한 기초식품 거래를 금지시키라는 당국의 조치로 장마당에 파견된 지역 안전원과 시장관리소 감독원이 (이 같은 거래를) 집중 단속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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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장마당에서 된장, 간장 판매까지 통제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각 시, 군 산하 동과 리마다 자리한 국영 식료상점에서 기초식품을 팔도록 하라는 게 당국의 지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매일 소비하는 된장과 간장은 공장 제품과 개인 가공제품으로 분류됩니다. 공장제품과 개인 가공제품은 맛에서 크게 차이 나는데, 공장에서는 밀을 원료로, 개인은 콩을 원료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정주 장마당에서도 개인 장사꾼이 된장과 간장, 기름 판매가 통제되고 있다”며 “국가가 기초식품 거래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콩기름 맛은 공장제품과 개인 가공제품이 차이가 없지만, 된장과 간장은 공장에서 만든 밀 된장보다 개인이 콩으로 만든 메주장이 더 맛있어 많은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된장과 간장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달부터 장마당에서의 기초식품 거래가 금지되면서 주민들은 국영 식품상점에서 파는 된장과 간장, 콩기름 등을 사야 한다”며 “상점에서 파는 기초식품 가격은 장마당가격보다 싸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영 식료공장에서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밀 된장 1킬로 가격은 3,000원(미화 0.17달러)인데 비해 개인이 만든 콩 메주장 1킬로 가격은 1만원(미화 0.58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공장 (밀)된장이 너무 맛이 없어 (값이 비싸도) 개인이 만든 콩 메주장을 사려는 사람들은 개인 집에 찾아가 된장과 간장을 사고 있다”며 “된장 장사꾼은 안전부에 단속될까 가슴을 조이며 된장을 팔고 있어 역대 처음으로 ‘된장 암시장’이 생겨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은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밀·보리 재배를 두 배 늘리라고 강조한 이후 밀·보리 재배를 늘리고 있는데, 지난해 대비 밀 재배면적은 123% 늘어났다고 지난 6월 노동신문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재배된 밀·보리는 대부분 국영 식품 공장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데 따르면, 2023년 북한의 밀 보리 생산량은 2022년 보다 22.2% 증가한 22만 톤, 콩 생산량은 5.6%가 증가한 19만 톤으로 추정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