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장마철 산사태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면서 어린 학생들까지 돌 채취 작업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압록강의 범람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북한 양강도 당국이 올해 장마철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방야계공사와 제방(둑) 공사가 한창인데 어린 학생들을 돌 채취 작업에 동원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혜산시 위연 지구에는 연두동과 연풍동, 송봉동에 각각 초급중학교(중등)와 고급중학교(고등)가 있는데 이곳 학생들은 일요일의 휴식도 없이 벌써 보름째 돌 채취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학생들은 날마다 오전에 수업을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혜산토끼목장 주변과 혜산버스사업소 주변으로 흩어져 축구공만한 돌을 채취하고 있다”며 “채취한 돌은 검산강의 제방을 쌓는 현장에 가져다 바쳐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검산강은 운흥군 대오천 노동자구에서 시작돼 혜산시 강안동에서 압록강으로 합쳐지는 작은 강”이라며 “평소에는 어른들 무릎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위가 낮지만 장마철이면 어른들의 키를 넘을 정도로 물이 불어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7월, 압록강 일대에 큰 비가 내렸을 때 검산강도 범람해 많은 피해를 남겼다”며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 시 국토보호관리국 산하 강하천사업소와 도로표지판사업소가 지난 9일부터 검산강 상류에서 제방공사를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공사기간은 이달 말까지인데 석축을 쌓는데 필요한 돌이 모자라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다”며 “공사에 필요한 돌을 보장하기 위해 혜산시 위연지구의 초급, 고급 중학교 학생들이 매일 돌 채취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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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 교육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1일 “6월 초부터 혜산시의 모든 인민반들이 동원돼 사방야계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혜산시는 여러 산의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어 사방야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방야계공사는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골짜기들에 석축을 쌓는 공사”라며 “석축을 쌓으려면 큰 돌들이 많아야 하는데 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축을 쌓는데 필요한 돌을 보장하기 위해 혜산시의 초급, 고급 중학교의 학생들까지 동원되고 있다”며 “성후동과 혜산동, 혜명동과 연봉동의 초급, 고급 중학교 학생들은 연봉동의 옛 채석장에서 매일 오후 돌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학생 1인당 매일 돌 5개 바쳐야”
소식통은 “혜산시의 끝자락에 위치한 마산동과 춘동, 혜탄동의 학생들은 석축을 쌓을 만한 큰 돌을 얻기 위해 매일 혜산청년광산에서 나온 버력을 뒤지고 있다”며 “학생 1인당 매일 축구공 크기의 돌을 다섯 개씩 공사장에 바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돌 채취를 하다가 손발을 다치는 사고도 많고, 밤에 잠을 자던 중 피곤해 코피를 쏟는 학생들도 있다”며 “이 때문에 학교 교무실을 찾아가 항의를 하거나 자식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