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 “북에 납북문제 제기 약속하면 대북전단 중단”

앵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활동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납북자 가족 단체는 정부가 남북 대화를 할 경우 납북 문제를 제기할 것을 약속하면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납북 피해자들과 관련한 소식지 등을 보내고 있는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대북전단 활동에 대한 사후 처벌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인 한국 정부에 서운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납북자 등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제도 개선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지시한 것을 언급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겁니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강화도에서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가 아닌 다른 민간단체가 북한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 이사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은 납북자들의 생사확인 등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뿐이라며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향후 남북대화가 개최될 경우 납북자 문제를 북한에 제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더 이상 북한으로 풍선을 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납북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남북 대화할 때 (납북자 문제 제기와 관련해) 좀 요구하겠다고 명시하면 제가 관두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들한테도 밥도 사주고 하면서 위로해라. 이런 차원이죠. 그 전단지에 나오는 학생들 엄마들이랑…그거 쉬운 일이 아니에요.

최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고압가스관리법’ 등 실정법을 근거로 대북 전단 살포 활동에 제재를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관련 실정법을 준수하며 풍선을 날리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이날 한국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가) 남북대화를 잘해서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며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단지는 계속 북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에 “납북자 문제 해결은 대화를 통해 함께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중지 요청은 ‘전면 통제’나 ‘형사적 처벌’ 등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16일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이 인과 관계라든지 그런 차원에서 위헌이다, 그런 취지의 위헌 선언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어 구 대변인은 “지난 2023년 9월 헌재의 결정에서도 전단 살포 규제를 위한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한국 정부, 대북전단 범정부 대책 회의…관련법 개정도 추진

한국 통일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된 예방조치와 사후 처벌을 포함한 종합적인 범정부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통일부와 국가안보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전단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전단살포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이 오는 8월 15일 이전에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해 대북전단 활동과 같은 대북정보 유입 활동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은 주요 접경지역에 기동대와 지역 경찰을 배치키로 했습니다. 지자체 특사경의 경우 살포 예상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각 기관들은 ‘항공안전법’, ‘재난안전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공유수면법’ 등으로 전단 활동을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효과적인 규율과 처벌을 위해 세부 적용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항공안전법’의 경우 처벌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조항의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통일부는 전단 살포 단체와 간담회 등의 소통을 강화하며 전단 살포 중지와 현행법 준수를 요청하는 노력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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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합참은 북한이 지난 12일부터 16일 오전까지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지난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 1년여 만에 중단한 바 있습니다. 북한도 한국의 대북 방송이 중단된 지 하루만인 지난 12일부터 대남 소음 방송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