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구축함 사고 관련 간부들’ 사진서 삭제

앵커: 북한이 지난달 발생한 구축함 진수식 사고의 책임자들을 기존 사진에서 지워버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북한이 사고 책임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13일 신형 구축함 ‘강건호’의 진수식을 보도하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3월 함선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했던 모습을 재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는 당초 김 총비서와 함께 서 있었던 김명식 해군사령관, 홍길호 청진조선소 소장의 모습을 삭제한 채 진행했습니다.

이는 북한 매체의 의도적인 삭제로 추측됩니다.

지난달 21일 구축함 진수식 사고 과정을 지켜본 김정은 총비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사고라며 엄중한 문책을 지시한 바 있으며, 김 사령관과 홍 소장은 사고와 관련해 고강도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인물입니다.

홍 소장은 사고 직후 사법 당국에 소환됐으며 김 사령관은 진수식 사고 이후 박광섭으로 교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또 지난 12일 진수식 행사에 모두 불참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북한이 특정 인물을 매체에서 삭제한 것은 과거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구축함 진수식 사고 관련자들이 예상보다 강한 처벌을 받았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출신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특정 인물을 기록에서 없애버린 것은 장성택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들이 숙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장성택 사진 제거 이후 아마 처음 있는 일이니까 12년 만의 일이네요. 제가 볼 땐 이 사람들이 단순한 이번 건이 아니라 다른 것까지 다 묶어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숙청됐다고 보여집니다.

13일 진수식에는 지난 4월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번달 말 상반기를 결산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구축함 진수식 사고 관련 김 총비서의 입장이 재표명되고 인사조치의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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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총비서가 13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총비서가 13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총비서가 13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한편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총비서가 13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현대전 요구에 맞는 신형 포탄생산을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지지도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북한의 군수 대외무역을 총괄하는 고병현 제2경제위원장 등이 동행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군수기업소 현지지도에서도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해 무력의 전력 강화에 기여하라”고 지시내린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한 목적, 자신들의 비축탄을 저장하기 위한 목적,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비축탄 저장의 목적으로 당분간 북한으로부터의 포탄 수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번을 계기로 해서 기존 낡은 탄약들은 수출해서 모두 없애버렸고 이제 새로 탄을 생산해서 채워 넣어야 되는데, 그것을 신형으로 생산해서 채우겠다는 뜻으로 보여요. 러시아에 수출도 하고.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북한이 러시아로 이전한 무기 가운데 포탄 및 방사포탄만 약 900만 발에 달합니다.

영국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OSC)와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월 내놓은 공동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포탄 수백만 발이 지난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선박, 기차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 최전선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