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1년 만에 중지

앵커: 한국 군 당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 1년만에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상부 지시에 따라 대북확성기 방송을 11일 오후 중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 오물, 쓰레기 풍선 등으로 윤석열 정부가 6년 만에 재개한 대북확성기 방송은 재개 1년여 만에 다시 중단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반도 긴장 완화 등을 위해 방송을 중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군당국도 이날 “남북관계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북확성기 방송 중지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이후 오물, 쓰레기 풍선을 살포하지 않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의 중단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달려 있다고 밝히면서도 안보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대북방송 중단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달려 있다고 수차례 말씀드린 바 있고요.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9일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한국 측의 대북 정보유입 활동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어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합참은 11일 한국과 프랑스의 군사교류 회의가 개최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프 군사교류 회의는 한반도와 유럽 안보 상황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성급 연례 회의체입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확대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능력 고도화와 현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국제사회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재확인했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4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북, ‘괴뢰’ 사용 중단은 통일 당위성 포기한 것”

한편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최근 ‘괴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남북 통일의 당위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임수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적대적 두국가론 이후 북한의 남한 관련 보도 변화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지난 4월부터 한국에 대한 수사적인 용어로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괴뢰’라는 용어를 전면 삭제했다면서 한반도가 남북 단절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서 ‘괴뢰 한국’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한반도 통일 의지에 대한 포기를 시사하는 부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북한의 최근 한국 관련 보도가 직접적인 대남 비난보다는 대미관계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무관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의 한국 관련 보도의 주제가 미국을 대상으로 군사, 안보 정당화 논리에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핵보유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미 메시지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한국과 관련 사안은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임 연구위원이 지난 1월에서 3월 사이 노동신문의 한국 관련 보도에서 사용된 단어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비율이 가장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한미연합훈련을 미국의 도발로 논하고 한국은 ‘전쟁 도발의 앞잡이’ 등으로 비하하며 한국을 미국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참가자’ 수준으로 격하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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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과는 무관하게 북한의 대남 적대적 기조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 내의 한반도 사안에 대한 한국의 대표성을 분명히 하는 외교적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대남 공세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기 때문에 군사대비 태세 및 안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