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쇼이구 회동…“재가열 러-우 전쟁서 북 역할 논의 가능성”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약 두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최근 다시 격화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북한의 새로운 역할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평양에 위치한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양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정세발전과 국제 및 지역정세에 관한 견해”를 교환하고 “완전일치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비롯한 모든 심각한 국제정치 문제들에서 러시아의 입장과 대외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북러조약의 조항들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쇼이구 서기와 김 총비서의 회담에 대해 주북 러시아 대사관도 텔레그램을 통해 양측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안보 수장인 쇼이구 서기의 방북은 지난 3월 이후 약 두달여 만입니다. 쇼이구 서기는 김 총비서를 만난 이후 바로 러시아로 귀국했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쇼이구 서기는 그동안 러시아 안보와 직결된 외교 문제를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역할을 지속해 왔다”며 “쇼이구 서기가 하루 일정으로 급하게 방북한 것은 안보 문제와 직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부원장은 다시 가열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과 관련한 북한의 역할 분담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됐던 북한군 병사들을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 파병 북한군 병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간 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지난 1일 무인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기습 본토 공격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현 부원장은 “오레시니크와 같은 신형 미사일 무기 등을 통한 보복일 가능성이 있고 육상전을 통한 보복은 아닐 것”이라며 “보복 작전과 관련해 북한에 직접적인 협력을 요청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 특히 돈바스 지역에 쿠르스크에 파병됐던 북한군을 이전시켜서 그쪽에서 역할을 하게 하는 문제도 논의가 가능할 것 같고, 러시아에 파병됐던 북한군의 병력을 더 확대하는 문제 등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관련한 시급한 현안 해결을 북한과 같이 역할 분담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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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약 2개월 만에 쇼이구 서기가 또다시 김 총비서를 면담했다”며 “긴급한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김 총비서와 쇼이구 서기가 지난 1일 무인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으로 러시아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데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와 관련한 북러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임 교수는 북한군 추가 파병, 무인기를 포함한 북한의 비대칭 전력 지원 가능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임 교수는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됐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며 “향후 달라질 한국의 대북정책, 대러시아정책 등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평가도 양측이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와 쇼이구 서기가 평양에서 만난 4일은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일이기도 했습니다. 임을출 교수의 말입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그 결과로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 등장한 상황에서 아마 이재명 정책에 대한 상호 간 평가도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향후 달라질 대북정책, 대러시아정책 등과 관련해 기본적인 인식을 논의하고 공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밖에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와 쇼이구 서기가 “북한군 추가 파병 문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협상 상황 공유, 북한군 공적 추모 사업, 김 총비서의 방러 문제,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4일 김정은 총비서와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김 총비서의 집무실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4일 김정은 총비서와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김 총비서의 집무실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4일 김정은 총비서와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김 총비서의 집무실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연합)

한편 북한 관영매체는 5일 김 총비서가 집무실에서 쇼이구 서기를 맞이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려있는 집무실의 원형 테이블에서 김 총비서와 쇼이구 서기가 회의하는 모습 등이 담겼는데, 통일부는 북한 간부가 아닌 외국 인사를 집무실에 들인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