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아동절에 “아이들, 국기 새겨진 옷 입어라”

앵커: 지난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 어린이들의 체육경기, 예술공연 등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일부 유치원들은 북한 인공기가 새겨진 옷을 아이들이 입고 행사에 참가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국과 달리 ‘국제아동절’로 불리는 6월 1일을 어린이 명절로 기념합니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소련 등 이전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시작됐습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날 북한 모든 유치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오늘 낮 시내 유치원들에서 부모와 어린이들이 참가 하에 공연, 체육경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다”며 “며칠전 유치원이 당일 행사를 위해 아이들에게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힐 것을 부모들에게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 깃발 대신 국기를 형상한 휘장이 생겨나고 국기가 그려진 옷이 등장한지 몇 년 되었다”며 “유치원 어린이까지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며칠 동안 국기가 새겨진 아동 옷을 찾는 부모들이 많았다”며 “시장에서 옷을 구하지 못했거나 생활이 넉넉치 못한 부모들은 자기 친구나 친척, 동네에서 이미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전에 입던 낡은 옷이라도 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공장, 대학 등에서 국가 명절과 주요 행사 때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으라고 지시한 적은 여러 번 된다”며 “왼쪽 가슴엔 초상 휘장(김일성, 김정일 배지)을 달고 오른쪽 가슴엔 국기 휘장을 다는게 하나의 유행처럼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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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청진시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일 “어제 ‘국제아동절’ 75주년을 맞아 청진 시내 각 유치원들에서 각종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 아이들이 가슴 부위에 국기가 새겨진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유치원이 6.1절 행사 때 체육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 꼭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어야 한다고 부모들에게 요구하면서 이틀간 시장 아동 옷 매대(가게)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이 국기가 새겨진 어른 옷, 학생 옷은 많이 가지고 있어도 아동 옷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아동 옷을 가지고 있던 상인들이 이번에 재고를 다 처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중앙에서 지방 간부들이 각 유치원에 나가 ‘국제아동절’을 축하해주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이와 관련해 각 유치원들이 부모들에게 아동절 행사에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충성 주입

이어 “과거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국가 상징물이 자주 강조되고 있다”며 “모든 학교와 유치원 복도에 국기, 국가, 국화, 국조를 해설하는 선전물이 걸려있는데 이 중에서 국기가 제일 중요하게 취급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아이들에게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은 ‘김정은 조선’을 대표하는 깃발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김정은에 대한 충성 의식을 가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