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대사 “미 ‘한국방어’ 공약 약화 않을 것”

앵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 전력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8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전력을 어떤 형태로 재편해도 지난 72년 동안 이어온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약화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는 미 행정부가 부인한 사안이지만 특정 상황을 가정해 하는 답변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오늘날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직면한 과제들을 개별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며 “대만, 중국, 북한, 러시아 등과 관련한 모든 과제를 전체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도·태평양 전역 및 미국 본토의 다른 지역에서 오는 수만 명의 병력이 보강될 것”이라며, 설사 한국 내 일부 병력이 재편성되더라도 궁극적으론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앤디 김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28일 “미국 의회 및 한국 측 협력 대상과 깊은 협의 없는 주한미군의 실질적 감축에 반대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한국 언론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해, 자신이 과거에도 이에 반대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병력 수준, 한미 간 안보 협력에 대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동료 의원들과 소통하며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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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주한미군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며, 북한이 한국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전체와 미국에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접고 한국과 서로의 안보 관계를 어떻게 유지·강화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한미군 재편’ 주장 지속…한·미 당국은 부인

주한미군이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참여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란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5.5.23
대기 중인 미군 차량 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5.5.23 (연합)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 국방부는 지난 23일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천여 명 가운데 4천5백 명을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주한미군 감축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이재웅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재웅 한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27일)] 외신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된 보도가 나온 직후 외교부 그리고 국방 당국에서는 해당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릴 사안은 없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30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와 5백여 명의 대대급 병력 중동 이전이 국방부와 구체적인 상의 없이 진행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구체적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한미는 주한미군 전력운용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와 공조체계를 유지한 가운데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날 한국 언론 ‘한국일보’는 경북 칠곡에 위치한 캠프 캐럴의 방공포대대 5백여 명이 최근 바레인과 이라크 등 중동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