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엔총회 북한인권 고위급회의에 적극 관여”

앵커: 한국의 전문가는 미국이 최근 개최된 유엔 총회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의 실행단계에서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전히 미국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김민정 통일인권연구실 부실장이 27일 발표한 ‘유엔 총회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 함의와 시사점’ 보고서.

김 부실장은 보고서에서 지난 20일 유엔 총회가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연 것과 관련해 이번 회의는 “북한 인권 문제를 고위급 수준에서 공식 논의한 첫 사례”로 “국제 안보 틀 안에서 북한 인권 의제의 전략적인 재정립을 도모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부실장은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는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핵 안보 등 전세계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열리는데 이같이 특정 국가의 인권 사안을 단독으로 다루는 사례는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4년에도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가 있었지만 이는 이번 회의처럼 유엔 총회가 아닌 개별 국가 주최의 별도 행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 부실장은 “이번 회의는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전략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예산 집행 보류,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개편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번 회의가 이 같은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 부실장은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설계와 구성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국이 이번 회의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은 여전히 북한 인권 문제에 전략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부실장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는 탈북민 청년 두 명 초청 등에 있어 미국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미국의 북한 인권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을 가장 큰 함의라고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청년 두 명은 지난 20일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에 직접 증언자로 나서 영어로 북한 내부 인권 실태를 전한 바 있습니다. 김민정 부실장의 말입니다.

[김민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통일인권연구실 부실장] 국제 공조 속에서 미국의 북한 인권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번에 탈북민들 초청하는 등 내용들을 미국에서 시작하고 나중에 액션플랜까지 담당했습니다. 제가 개별적으로 들은 것으로는 비용부터 미국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많이 했다고 들었고요.

유엔총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김은주 씨(왼쪽)와강규리 씨(오른쪽)의 모습.
유엔총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김은주 씨(왼쪽)와강규리 씨(오른쪽)의 모습. 유엔총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김은주 씨(왼쪽)와강규리 씨(오른쪽)의 모습. (유엔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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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후속 협의 주도적 참여해야”

김 부실장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이같은 국제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방국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후속 협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규범을 형성하고 외교 질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한국 또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김 부실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명확히 규정하고, 안보와 인권을 연계한 외교를 전개하며, 시민사회와의 협력 기반을 구축할 것 등을 제언했습니다.

지난 20일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한 고위급 회의는 유엔 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개최됐습니다.

해당 북한인권결의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다루기 위해 시민사회 관계자 및 전문가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 것을 유엔 총회 의장에게 요구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바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엔 인권이사회가 아닌 유엔 총회 차원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북한의 김성 주유엔대사는 회의 내용이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증언에 나선 탈북민들을 향해서는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하기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