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구축함 진수 실패와 관련자 구속 등을 공개하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 관련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술, 장비 부족과 사고 현장 지리적 위치 등의 이유로 원상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21일 청진조선소에서 두 번째 새 구축함 진수식이 열렸지만 기술적 문제로 행사 도중 군함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습니다. 현장에서 실패를 목격한 김정은 총비서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자 처벌과 6월 내 선체 복구를 지시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요즘 사람들이 구축함 진수식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진수식이 실패한 지역인 청진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진수식이 성공했으면 구축함이 바다에 띄워질 때 배 양쪽으로 물이 갈라지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을 건데 실패해 배가 한쪽으로 넘어졌다”며 “티 끝 만한 결함이 없이 완전무결해야 할 1호 행사가 실패해 김정은이 대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진수 실패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 사람들이 자빠진 구축함을 보려 했으나 어항(배가 넘어진 장소) 입구에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조선소가 위치한 수남구역 어항동 일대는 보위부, 안전부가 꽉 널려(쫙 깔려) 사람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사람들이 배가 자빠진데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의아해 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여러 조선소 중 청진조선소가 규모나 기술면에서 서해에 있는 남포조선소와 같이 북한에선 최고로 인정되는 2대 조선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청진조선소는 지리적 위치상 배를 뒤로 미끄러지게 해 바다에 띄울 수 없어 배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해 바다에 띄우는 횡(측면)진수를 했다”며 “과거에 건조한 대형 선박들이 다 횡진수로 바다에 띄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난 이전까지 청진조선소는 1만 4천톤급 화물 선박만 10여척을 건조했으며 1991년에는 2만톤급 선박도 건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이번 횡진수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 ‘고난의 행군’ 이후 조선소가 큰 선박을 한 척도 건조하지 못했고, 오래전부터 조선소에서 일했던 기술자들이 다 은퇴해 세대 교체가 되면서 지금 있는 기술일꾼들이 횡진수를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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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주민들이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당국이 사실을 그대로 공개한 데 대해 많이 놀랐다”며 “한쪽으로 자빠져 있는 배를 원상 복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 같으면 사고 소식이 철저히 봉쇄되고 사고 내용을 아는 주민들의 입을 막느라 여념이 없을 당국이 사고를 신속히 공개한 건 당일 행사에 참가해 진수 실패를 본 사람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신문 방송에 사고가 났지만 피해가 크지 않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현재 원상 복구가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넘어진 배를 바로 세우려면 큰 기중기(크레인)가 있어야 하는데 조선소에는 그런 장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중기 배(해상 크레인)를 이용할 순 있지만 배가 넘어져 있는 조선소 부두가 좁아 여러 척의 기중기 배를 배치하는데 매우 불편하다”며 “조선소 부두가 바다와 바로 연결돼 있는 게 아니라 좁은 목을 거쳐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어 부피가 큰 기중기 배를 현장까지 오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조선소 부두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기술적 문제로 발생한 사고가 1호 행사를 망친 정치적 사고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낙인되었다”며 “형식적인 것을 매우 중시하는 김정은이 자기가 참가한 행사가 실패로 끝난데 대해 어떤 분풀이를 할지 모두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