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중·장기 핵합의 어려움 겪을 것”

앵커: 미국과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대화 재개에 나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가안보통일연구원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23일 서울에서 ‘국가안보위기’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북 간 중·장기적 핵합의 도출 과정에 양측이 큰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하는 소통 통로 복원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지만, 양측이 상대방에 원하는 것이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와 달라진 만큼 최종 합의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박 원장은 단기적으로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유예하고, 미국은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 합의를 전제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기는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정은이 이전처럼 아무 조건 없이 만나지는 않고 상당 부분 조건을 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겐 적지 않은 안보적 도전이 될 것입니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방위비 분담 문제는 다 연계돼 있지 않습니까?

다만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한 북한 핵물질 생산시설 신고와 그에 대한 보상책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공식이 더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미국은 ICBM과 핵추진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보유한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원하지만, 북한으로선 적이 선제공격하면 남은 핵전력으로 상대를 전멸시키는 이른바 ‘확증보복 능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박 원장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즉시 정권은 종말을 맞는다는 미국의 방어 공약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실질적으로 핵 사용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북 비핵화 협상을 통해선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우며, 협상이 길어지는 기간 동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계속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 북한과의 협상에서 트럼프가 얻어내야 할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능력을 없애는 것입니다. 북한이 보유한 ICBM과 지금껏 개발해온 것을 모두 중단해야 하는 것인데, 저는 김정은이 이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보유한 핵의 효용성이 완전히 떨어져 버리거든요. 결국 매우 지난한 협상이 될 것 같고, 문제는 그 기간 중에 북한은 핵을 여전히 고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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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북정책에 ‘비핵화’ 포함 관철해야”

박 원장은 한국 정부가 한미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의 대북정책 핵심 목표에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포함시키는 한편 확장억제 조치를 반드시 이행한다는 합의 및 제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가 한국 측 국방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다면 이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대북 방어에 대한 주요 책임을 한국 측이 감당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주한미군과 기지의 역할 범위가 대북에서 역내 안보로 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역내 위협에 대비하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최종 목표가 통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통일연구원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23일 서울에서 '국가안보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23일 열린 '2025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제17회 춘계 학술세미나'. 국가안보통일연구원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23일 서울에서 '국가안보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RFA)

이재윤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로 유사시 대규모 지상군 지원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한국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의 핵위협과 북중러 간 밀착에 대한 효과적 대응은 결국 한미동맹 강화와 명확한 확장억제 청사진 마련일 것이라며, 북핵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공조를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종합적으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나가며 압도적인 안보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