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1일 진수 과정 중 사고가 발생한 북한 신형 구축함의 파손 수준이 북한의 주장과 달리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현지시간으로 22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진수 과정 도중 사고가 발생한 신형 구축함의 파손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분단을 넘어’가 공개한 22일자 위성사진에서 북한의 신형 구축함은 뒷부분이 바다, 앞부분이 육지에 걸린 채 파란 위장막으로 가려진 모습입니다.
‘분단을 넘어’는 구축함의 피해 정도, 수리 기간은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전손 처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의 원인은 화물선, 어선, 잠수정 등 소형 선박을 제작하던 청진조선소에서 대형 구축함 건조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형 구축함 등 대형 군함의 건조와 진수에 대한 청진조선소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분단을 넘어’는 청진조선소에서 대형 군함 건조를 맡게 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전략적 공세 작전을 펴는 해군을 만들고자 한 김 총비서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신형 구축함 파손 정도가 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문 교수는 “사진을 보니 북한 구축함이 완전히 옆으로 넘어간 모습”이라며 “이 정도면 구축함에 커다란 파공, 즉 구멍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구멍을 통해 바닷물이 구축함 내부 엔진까지 흘러들어갔을 경우 엔진을 아예 못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배를 옆 방향으로 띄우는 측면 진수 방법이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는 방법은 아니라며 북한이 진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준비가 다소 부실해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문 교수는 이번 사고 복구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완전히 넘어졌던데 그 정도 되면 파공이 커요. 그 정도면 뒷부분이 많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엔진에 물이 들어갔다면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소금물 같은 게 들어가면 심각한데, 자신들의 능력, 러시아와의 협력 수준 등을 보여주자 이런 식으로 다그치니까 굉장히 서둘렀던 것 같아요.
통일부 “북 구축함,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의 구축함 파손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분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가 다음달 전원회의 전까지 배를 복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볼 때 복구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면적 손상이나 파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전원회의 전까지 복구하라는 김 총비서의 지시가 불가능한 지시는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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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는 이틀째 구축함의 파손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수중 및 내부검사를 진행한 결과 초기 발표와 달리 배 밑바닥에 구멍은 없었으며, 선미 부분의 구조 통로로 일정한 양의 해수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전날 보도에서는 구축함의 배 밑바닥에 구멍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이날 보도에서는 구멍조차 없었다고 밝힌 것입니다.
한편 북한 매체는 23일 검찰 기관과 전문가로 구성된 구축함 진수 사고 조사 그룹이 사고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번 사고 책임자의 엄벌을 예고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