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원유 수급 일시 안정…러 파병 때문?

2017년 7월, 평양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택시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2017년 7월, 평양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택시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AFP)

앵커: 최근 북한에 원유가 많이 풀렸다는 소식입니다. 당국이 봄 농사철을 맞아 주요 농장들에 모내기 장비용 기름도 공급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은 식량 부족에 못지 않은 원유 부족을 겪었습니다. 원유가 없어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가스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목탄 자동차가 등장한지 오래며 농사철에도 트랙터나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북한에 최근 원유가 많이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올해 모내기가 늦게 시작됐지만 기계(이양기)로 모를 심는 비중이 높아 모내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올해 농사를 위해 작년에 농사를 잘 지은 농장들에 모내기를 하는 데 필요한 기름을 일부 공급했다”며 “결과 여느 해에 비해 논밭을 오가며 모를 심는 기계가 확실히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매년 봄이면 논과 밭을 갈고 거름을 운반하는 작업을 뜨락또르(트랙터)가 맡아 해야 농사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고, 모내기도 제철에 끝내려면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로 볏모를 심어야 하는데 늘 기름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매년 모내기에 필요한 기름을 자체로 해결하는 게 작업반장을 비롯한 농장 간부들의 제일 큰 고민거리였다”며 “올해 당국이 기름을 일부 보장해주면서 농장 간부들이 시름을 크게 던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뜨락또르와 모내는 기계를 많이 이용하면 지원 노력(인력)을 적게 받으면서도 모내기를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농장들이 봄과 가을에 도시 근로자, 학생 등의 지원 노력을 많이 받으면 부족한 일손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일한 것만큼 국가가 수확한 농작물을 가져가므로 농민들의 분배 몫을 늘리기 위해 지원 노력을 적게 받으려 하는 농장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2022년 5월, 남포시 강서구 청산협동농장에서 농민들이 모내기 이앙기를 사용해 모를 심고 있다.
남포시 강서구 청산협동농장 2022년 5월, 남포시 강서구 청산협동농장에서 농민들이 모내기 이앙기를 사용해 모를 심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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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4월말부터 휘발유와 디젤유 등 기름 사정이 많이 풀린 게 느껴졌다”며 “올해처럼 기름 사정이 좋아진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감염병 시기 원유 부족 현상이 극도에 달했다”며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 자기 (전용)차가 있는 책임비서, 조직비서 등 시당 책임간부들이 차 한 대에 같이 타고 출퇴근을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간부 승용차에 기름이 공급되고 중요 공사에 동원된 차량에도 기름이 보장되면서 길거리에 다니는 차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작년에 농사를 잘 지은 우수 농장들에 모내기용 기름이 공급돼 여느 해보다 뜨락또르와 모내는 기계 등 농기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항상 목탄 연기를 뿜으며 느리게 달리던 군부대 차들도 요즘은 목탄이 아니라 휘발유를 사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기름이 풀리면서 달러 값(환율)도 내렸다”며 “1달러에 2만 3천원 이상 하던 환율이 어제는 2만 1200원으로 1800원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사람들이 러시아 덕분에 기름 사정이 해결되었다고 말한다”며 “조·중 관계가 좋았을 때도 중국은 우리가 아무리 요구해도 원유 수송관이 녹 쓸지 않을 정도로 쥐꼬리만큼씩 기름을 주었는데 러시아는 우리가 (파병) 해준 만큼 통이 크게 지원한다며 러시아를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