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구축함 진수 사고 시인…한국군 “측면 진수 실패”

앵커: 북한이 5천톤 급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진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를 옆 방향으로 띄우는 측면 진수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전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청진조선소에서 진행된 5천톤 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 중 미숙한 지휘와 부주의한 조작으로 평행을 유지하지 못했고, 배 뒷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해 좌초됐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구간에서 배 밑바닥에 구멍이 생겨 균형을 잃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김 총비서는 “이번 사고는 순전히 부주의와 무책임,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서 비롯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중대 사고이자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축함을 신속히 원상 복구하는 일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위와 직결된 중대한 정치적 과제”라며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전 반드시 배를 완성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사전에 북한의 구축함 진수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고, 배를 옆 방향으로 띄우는 측면 진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구축함을 정상적으로 진수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지금은 바다에 넘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측면 진수가 실패했다고 평가합니다. 현재 한국 군은 그런 측면 진수 방식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크기나 규모 등을 볼 때 (사고 선박은) 최현호와 비슷한 장비를 갖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바다에 넘어져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북한의 새로운 5천톤 급 구축함이 진수 작업이 이뤄지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북한이 이를 측면 진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함정 뒷부분부터 경사면을 따라 물에 띄우는 중력 방식, 물이 빠진 상태에서 물을 채워 함정을 띄운 후 입수시키는 부양 방식 등을 채택해 왔고, 특히 약 20일 전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진수된 최현호에는 부양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지난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북한, 5천t급 신형구축함 '최현호' 진수식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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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냐”

다만 북한이 진수에 실패한 구축함이 크게 파손된 것은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가 다음달 전원회의 전까지 배를 복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볼 때 복구 불능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김 총비서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중대사고이자 범죄 행위’라고 강한 표현을 써 가며 질책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면적 손상이나 파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질책한 것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복구 작업을 ‘애국적 투쟁’으로 포장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거나 충성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 매체가 진수 실패 소식을 하루 만에 알린 것은 북한이 최고지도자에게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위기관리를 강조하는 정치적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한국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고, 군은 미사일이 해상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점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 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이후 14일 만으로 이번 진수식 사고로 어수선한 군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핵개발, 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에 대해서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