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총회가 처음으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이 직접 나서 북한 내부의 실상을 고발했는데요. 북한 대표부는 이를 “정치적 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엔총회가 20일,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비롯해, 북한인권위원회(HRNK), 한보이스(HAN Voice) 등 주요 국제 인권단체들이 참석했습니다.
무엇보다 탈북민 두 명이 직접 증언자로 나서 영어로 북한 내부의 인권 실태를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2023년 동해를 통해 목선을 타고 탈북한 강규리 씨는,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 시청을 금지하고, 이를 유포한 이들을 공개처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강규리 씨] 제 친구 3명이 공개처형당했는데, 그중 2명은 한국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습니다. 그들의 ‘죄’는 단지 드라마를 보고 다른 사람들과 나눈 것이었습니다.
12살에 어머와 언니와 함께 탈북한 김은주 씨는,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현대판 노예’처럼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주 씨] 북한 병사들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누구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북한에 남은 부모들은 자식을 잃은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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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이상 한반도나 동북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회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은 더 이상 동북아에 국한된 위협이 아닙니다. 중동,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뿌리는 바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입니다.

반면, 북한 대표부는 회의에 참석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탈북민들을 “인간 쓰레기”라 부르며, 이번 회의를 “정치적 모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가족과 부모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 쓰레기들을 증인으로 초대한 것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은 우리 국가의 존엄과 주권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소집된 이번 회의를 강력히 규탄하며 단호히 거부합니다.
중국과 러시아 대표부 역시 회의가 당사국의 동의 없이 열렸다며, 주최 측을 비판했습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무대에서 정례적으로 다뤄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재우입니다.
*해당기사의 더빙에 AI가 활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