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 정부, ‘핵협의그룹’ 발전 이어가야”

앵커: 다음달 3일 한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는 차기 한국 정부가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와 국회 출연 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의 주최로 20일 열린 ‘국회외교안보포럼’ 발족식.

토론에 나선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공적인 확장억제 정책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잘 진행되지 않아도 외부를 향해서는 잘 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연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한미 확장억제에 대해 양극화된 평가가 제기된다고 밝혔고, ‘워싱턴 선언’ 당시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비난을 예로 들었습니다.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약속하는 내용 등을 담은 ‘워싱턴선언’을 공식 발표했고, 당시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년, 박용진 의원 등은 ‘깡통 회담’, ‘호구외교’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시기만 한정해 보면 ‘확장억제’와 관련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결국 더 나은 한미 확장억제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만약 핵협의그룹(NCG) 등이 ‘빈깡통’이라면 다음 한국 정부에서 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대북 억제력 증진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물론 한미 확장억제라는 것의 한계를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비판의 과정이 결국에는 보다 나은 확장억제 조치 구축, 북한이 봤을 때 정말 어떠한 위험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느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20일 ‘국회외교안보포럼’ 발족식에서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20일 ‘국회외교안보포럼’ 발족식에서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20일 ‘국회외교안보포럼’ 발족식에서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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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적 접근에 따라 확장억제 공약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한미가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의 기능 강화와 함께 한미 핵·재래식통합(CNI) 유지,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우리는 핵무기가 없고 북한은 핵무기가 있고 우리가 미국의 핵 확장 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트럼프 때문에 동맹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지금 문제죠. 앞으로 한미 간 과연 이 확장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심도 깊은 초당파적인 합의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미북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개인외교(personal diplomacy)를 통해 독재자와 직접 교류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미북 간 빅딜이 비핵화 관련 알맹이가 빠진 채 보여주기식 회담으로 끝날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되는데 이는 한국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북 간 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경우 긴밀히 협의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모습.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모습.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모습. (RFA)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다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제기됐습니다.

이날 또다른 토론자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나설 경우에는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두되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핵보유국인지 여부를 더이상 논란 삼을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며 “비핵화를 중단기 목표로 설정하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현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국회외교안보포럼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국회외교안보포럼은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안보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