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전 ICC 소장 “김정은 형사재판 회부할 기회”

앵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사실을 확인한 것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법정에 세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19일 서울에서 개최한 ’2025 북한인권 국제회의‘.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재판에 회부할 적기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송 전 소장은 그 동안 김 총비서가 자행해온 인권 침해 행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ICC 법정에 세우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 지원을 한 것이 확인된 지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범죄를 도운 혐의로 이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피해국으로서 김 총비서를 고소할 수 있는 법적 여건이 마련됐다”며, 한편으론 ICC 검사가 직권으로 기소, 즉 재판에 넘기는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시도에 따른 효과에 대해선 “ICC 체포영장에는 공소시효가 없어 피의자는 평생 국제범죄자라는 낙인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며, 이는 상당한 심리적 처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의자는 “124개 ICC 회원국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사실상의 제재를 받는다”고 덧붙이면서, 북한 지도부와 그 공범들이 전쟁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재판소 측에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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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도 이날 토론자로 나서 북한 지도부에 대한 ICC 제소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 군 특수작전군 사령관, 리영길 총참모장,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에 대해서 우리가 ICC 제소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사실을 널리 알리고 그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면서...

리 전 참사는 개전 직후엔 신중한 입장을 보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을 정치·경제적 혜택, 북한 군의 실전 경험 및 기술·경험 확보 등을 위해 태도를 바꿔 파병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책 가운데 하나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 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을 통한 방위력 강화를 제안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 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와 보호한다면 북한 지도부의 실체를 파악하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제언했습니다.

“김정은 ICC 제소 효과 미미할 것” 주장도

다만 김 총비서와 북한 지도부를 ICC에 제소해도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나왔습니다.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25 북한인권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통일부, 2025 북한인권 국제회의 진행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25 북한인권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수십 년 간 다양한 수단으로 대북제재를 해왔지만 비핵화도, 인권 개선도 이루지 못했다며 ICC 제소를 활용한 압박의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으로선 국제사회보다는 러시아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잃을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에 현실적인 영향을 미칠 수단은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자주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온 북한 체제 특성을 노린 심리전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오랜 기간 자주성을 최고의 집단적 가치로 학습해 왔고, 한국은 미국에 종속된 존재라고 비판해 왔다”며 “러시아의 지휘를 받으며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