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변경한 기관장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양강도 당국이 인민위원회 행정과와 노동과를 동원해 공장, 기업소의 노동 규율 실태를 전수 조사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조정한 기관장들을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시 인민위원회 행정과와 노동과의 합동 검열이 진행되었다”며 “검열 과정에 출퇴근 질서를 어긴 기관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당,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은 지난달 초 여맹(여성동맹) 중앙위가 김정은에게 올린 실태 보고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맹 중앙위가 지난 3월, 함경남도 여맹 사업을 자체 검열한 결과 노동 규율과 관련한 수많은 결함들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남도 여맹위는 2023년, 농촌살림집 건설장에 모래, 자갈을 보내주기 위해 여맹돌격대를 조직했다”며 “그런데 이들 여맹 돌격대는 가정주부들의 형편을 고려한다며 상부 조직에 보고 없이 출근 시간을 아침 8시에서 9시로 변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들은 무단 결근에 대한 처벌도 형식적이었고, 병원 진단서도 없는데 병결을 인정해 주었으며, 게다가 뒷돈을 받고 휴가 처리까지 해주었다”며 “1인당 하루 모래 채취 부과 량이 1.5입방인데 1입방을 넘긴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보고를 받은 중앙에서 사회에 만연한 패배주의, 안일해이 현상을 뿌리 뽑고 노동 규율을 엄격히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이러한 지시에 따라 양강도에서 전반적인 노동 규율 검열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서 문제가 된 근로자들, 특히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자의적으로 정한 기관장들은 매우 엄한 처벌을 예상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기관장들은 당 조직 규율 검토와 함께 안전부에 불려가 강도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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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4월 하순에 있었던 노동행정 검열로 혜산영화관 관장, 혜장동 옷가공공장 책임자, 혜장동 진료소 소장을 비롯해 20여명의 기관장들이 시당 조직지도부와 시 안전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상부에 보고 없이 근로자들의 출근시간을 아침 8시에서 9시로, 퇴근시간을 오후 5시에서 6시로 변경했다”며 “그 외 일부 기관장들은 장기 결근자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은 노동법에 엄격히 규정되어 기관장들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법적 문제이고 사회 기강의 문제”라며 “그러나 일부 기관장들은 내부 토의가 있었다는 구실로 상부에 보고 없이 출퇴근 시간을 변경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는 아침 5시 반이면 매 가정에서 한 사람씩 나와 도시 미화를 비롯해 1시간씩 ‘식전동원(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아침 8시까지 출근이 어려워 일거리가 없는 공장, 기업소들은 출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의적 출퇴근 시간 변경은 반사회적 행위
소식통은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활 조건에 맞게 국가는 여름철과 겨울철 출퇴근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왔다”며 “국가의 승인 없이 출퇴근 시간을 제멋대로 변경한 행위는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반사회적 행위라는 것이 중앙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서 걸린 기관장들은 오전에는 시당에서 자기 반성문을 쓰고 밤 늦게까지 안전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들은 앞으로 당적 처벌로 6개월 이상의 무보수 노동을, 사법적 처벌로 한달 이상의 노동교양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간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