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 가운데 사상자가 4천7백여 명 발생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사망자 6백 명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최근 북한 관련 주요 현안과 북한발 사이버 위협 실태 등에 대한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국정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병력 가운데 5천 명 가까운 수가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현재까지 북한 파병군 사상자는 6백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서 4천7백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인 2천여 명은 1~3월 항공기와 열차편으로 북한에 송환돼 평양 등지에 격리 수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만 5천 명을 러시아에 파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진입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이 영토를 대부분 되찾아, 3월 이후엔 교전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3차 파병과 관련한 가시적 움직임은 없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북한 군은 참전 6개월이 지나 파병 초기의 미숙함을 극복하고 무인기 등 신형 장비 사용법을 숙지하면서 전투력이 상당히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파병이 장기화되면서 북한 군이 현지에서 과음과 절도 등 일탈 행위를 저지른 사실도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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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 군 포로 송환 문제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논의나 협상 등이 있다는 보고는 일절 없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군사 기술을 북한에 제공한 정황도 보고됐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군사적으로는 정찰위성, 발사체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해선 핵심 장비 기술 확보, 구축함은 통합 운용 체계 구축이 각각 관건인 만큼 러시아 도움 없이 단기간 안에 전력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현대전 경험을 우리 식으로 소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찰 및 자폭형 무인기, 조기경보기 개발 및 전력화, 방공 전력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북, ‘사이버 공격’ 비군사 분야로 확장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선 무인기·조선업체 등 방위산업 분야 해킹에 집중하면서 비군사분야로도 사이버 공격 횟수를 늘렸다는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북한 해킹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2건에서 올해 14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북한발 해킹 피해는 1분기 기준 지난해보다 14% 줄었지만, 사회 혼란 유발이나 정보 수집 확대를 목적으로 한 공세적 해킹이 증가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이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는 모두 43억 달러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후계 구도를 다져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의 말입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김주애는 4월 들어 김정은의 역점 사업 현장 방문을 연거푸 수행하면서 후계 구도 구축 분위기를 다져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국정원은 북한 내에서 “무리한 지방 건설, 군수 생산 강행으로 전력·원자재·자금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민생과 직결된 환율·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각종 동원과 상납금 부담으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골이 상접한다, 부모·조부보다 형편이 없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관심을 모은 김 총비서의 방러 여부에 대해서는 경호 인력 동향 등이 관측되지 않는 것으로 미뤄 최룡해 등 대체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파병 공식화’로 북러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만큼, 김 총비서의 방러 협의가 원점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