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인 ‘반갑습니다’ 공연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 천명에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한국 전 대통령이 방문한 평양 대극장.
당시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한 문 전 대통령을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로 환영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삼지연 관현악단의 ‘반갑습니다’ 공연 실황입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반갑습니다’ 공연]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눈물일세…
지난 1991년 북한의 보천보전자악단에 의해 발표된 ‘반갑습니다’ 노래는 남북 교류 행사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함에 따라 한국에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이 노래 공연을 북한에서 금지하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9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천명한 이후부터 노래 ‘반갑습니다’ 공연이 금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적대적 자세가 군사, 외교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전했습니다.
‘반갑습니다’ 가사에 ‘동포’, ‘통일잔치날’
‘반갑습니다’는 총 3절로 구성돼 있는 노래로, 김 총비서가 천명한 ‘적대적 두국가’ 기조에 반하는 가사들이 등장합니다. ‘동포’와 ‘형제’, ‘통일잔치날’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에도 유명 작곡가 황진영의 영결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생전 작곡한 18곡의 제목을 나열했는데, 이 가운데 ‘우리는 하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등 잘 알려져 있는 통일 관련 노래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국가인 ‘애국가’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꾼 바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통일 지우기’ 작업에 유감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지난해 2월)] 북한 애국가 가사 변경과 관련해서 북한이 자신들의 애국가에서 5,000년 간 민족의 터전인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지우는 식으로 통일 관련 용어조차 없애려고 하는 반민족적 행태에 유감을 표합니다.
앞서 지난 2023년 12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통일 지우기’ 작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는 당시 전원회의에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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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해 1월 시정 연설을 통해서는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며 “철두철미 제1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헌법)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통일’, ‘한민족’ 등과 관련한 표현 및 기록물, 잔재 등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도에 한반도 남쪽을 ‘한국’으로 표기하면서 각 지역의 명칭을 표기하지 않았고 북한 노동당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의 명칭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남 민간교류 기구들도 정리됐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를 비롯한 대남 선전매체가 폐쇄됐고 ‘평양방송’ 및 ‘평양FM’ 등 대남방송도 중단됐습니다.
또한 북한은 발행한 우표들을 망라해 놓은 온라인 사이트, ‘조선우표’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한국 및 통일 등과 관련된 우표를 찾아볼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