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러시아 파병 보도에 충격

앵커: 북한 당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인들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자 일부 주민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이 2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입장문을 보도하는 형식으로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인민군 부대가 러시아에 파병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오늘 신문과 텔레비죤 방송에 우리 군인들이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처음 보도되었다”며 “오늘 하루 종일 이에 대한 내용이 화제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 대부분이 먼 유럽 땅에서 일어난 전쟁에 우리 군인들이 파견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군인들이 러시아에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작년 말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파견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당시 당국은 보위부, 안전부를 총동원해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 허튼 소문을 믿지 말라고 강하게 통제했다”며 “그러던 당국이 왜 이제 와서 사실을 공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한 젊은 친구는 왜 우크라이나가 신나치스(신나치)가 되었고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되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전쟁이 시작된 후 당국이 우크라이나를 가리켜 ‘괴뢰‘라고 하더니 오늘은 ‘신나치스 강점자‘라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작업 도중 몇 사람이 함께 담배를 피우는 자리에서 ‘과연 몇 명이나 전사했길래 곧 평양에 전투위훈비를 세운다고 하는가‘라는 말도 나왔다”며 “남의 나라 전쟁터에 나가 죽은 군인은 얼마나 억울하며 그 부모들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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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들이 공중 및 상륙 전투 훈련에서 시범을 펼치는 모습.
북한 군인들이 공중 및 상륙 전투 훈련에서 시범을 펼치는 모습. 북한 군인들이 공중 및 상륙 전투 훈련에서 시범을 펼치는 모습. (Reuters)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러시아 전쟁에 군인들이 파견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모두가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대에 나간 자식이나 형제가 전쟁터에 나간 건 아닌지 당장 알아봐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폭풍군단을 비롯한 특수 보병부대가 주로 파견된 것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내 자식은 공군이나 해군에 나가 있다며 안심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오늘 사람들 속에서 나온 반응은 주로 현대 전쟁은 1950년대 전쟁하고 완전히 달라 사상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군사 대국이라고 하는 러시아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였기에 우리가 군대를 보내야 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몇 달 전 군인들이 러시아에 파견되었다, 전사자도 발생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결국 사실이었다며 지금까지 이를 숨긴 당국을 에둘러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럴 때 말을 잘못하면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남들 앞에서는 우리 군부대의 러시아 파견이 언제 시작되었고 파견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는 정도로 말하지만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건 과연 사상자가 몇 명이나 났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무슨 기념비를 평양에 세운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달랠 수 있겠는가”라며 “왜 남의 전쟁에 가서 우리 젊은이들이 죽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