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병 감사 성명을 노동신문 1면에 실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위대성을 선전하고 러시아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감사 성명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해당 성명은 노동신문 1면에도 실려 주목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법적으로 부합하고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에 따른 것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북한 지도부, 주민들에게 사의를 표하며 “목숨을 바친 조선의 영웅들을 러시아 전우들과 꼭같이 영원히 추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와 함께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이 북한 군의 전공에 관해 높이 찬양했다는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노동신문 1면 푸틴 성명, 이례적”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동신문 1면에 다른 나라 정상의 성명을 앞세워 실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성명을 1면에 실은 것은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젊은 군인들의 희생을 정당화하고 내부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국제주의의 실현을 위해 러시아와 연대하고, 이를 통해 미국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른바 ‘쿠르스크 해방 전쟁’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걸 주민들에게 선전했다는 겁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감사 성명’ 형식을 통하면 이 같은 김 총비서의 업적을 자연스럽게 부각할 수 있고, 파병 군인들의 희생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과거 중국과 가까운 사이였을 때도 중국 정상의 성명을 노동신문 1면에 내세운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푸틴 대통령의 감사 성명을 통해 김정은이 반제, 반미 전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만이 러시아를 국제주의의 이른바 모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중동, 이스라엘 문제도 같이 계속 비판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에 대한 메시지에도 품을 많이 들였습니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김정은이 이런 국제정세의 급변 상황을 탁월하게 평가하고, 예측해서 주도적으로 대응을 했다는 겁니다. 요약을 하면 (김정은의) 영군술이죠.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치른 막대한 희생을 푸틴 대통령의 감사 성명으로 덮으려 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러시아 파병이 여전히 생소한 일”이라며 희생된 파병 장병의 가족들과 같이 흔들릴 수 있는 민심을 잡아야 하는 차원에서 푸틴의 성명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후유증을 관리해야 하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파병 공식화 다음에 뒷처리, 즉 전사자 및 부상자들 처리 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푸틴의 감사를 1면에 실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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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러의 밀착 관계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완전히 종결된 시점에서 북러의 관계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전쟁이 종결되면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 자체는 유지하겠지만 중요성 자체는 떨어질 것”이라며 “러시아는 전쟁 종결 이후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관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