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대표단 방러…김정은, 열병식 참석할까?

앵커: 북한이 28일 러시아로 군인을 보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데 이어, 조선인민군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북러 간 논의가 진전돼, 다음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대표단과 나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박영일 군 총정치국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대표단이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제3차 국제 반파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 반파쇼대회는 미국 등 서방의 신나치즘을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2022년 시작된 국제회의입니다.

이에 대표단이 러시아 측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다음달 9일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 여부를 논의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한 상태입니다.

김 총비서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가능성과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공식적으로 파병 사실과 정당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평가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양 총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양자 정상회담이 아니라 여러 정상 중 한 명으로 자리하는 다자 정상회담에 참석한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기차로 이동할 경우 약 10~15일 평양을 비워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큼 내부적 여유가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 총장은 전승절 이후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간 양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그 장소가 북한에서 먼 모스크바가 아닌 블라디보스토크와 같은 가까운 곳일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양 총장은 오는 9일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 나아가 북한 장병과 무기 및 장비 등을 선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15년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당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바 있지만, 북한군이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한 사례는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양무진 총장의 말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러시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고위급의 특사를 파견해서 축하 사절단의 역할을 하고 또 더 나아가서 러우 전쟁 승리의 한 축으로서 널리 알리기 위해 북한 장병이나 또는 러우 전쟁에서 선보였던 여러 가지 장비와 무기 이런 것을 선보이는 자리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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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79회 러시아 전승절 행사.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79회 러시아 전승절 행사.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79회 러시아 전승절 행사. (AP)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참석 가능성은 반반”

김정은 총비서가 다음주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전문가들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장단점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 교수는 우선 단점으로는 양 총장이 지적했듯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정상 중 한 명으로 다자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 등을 제시했습니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김 총비서가 전승절 열병식 참석 시에는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위치해 향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 앞서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남 교수는 기존 양자회담 틀을 고수하자는 북한 실무진 입장에 반해 김정은 총비서는 성향상 과거 외교의 틀을 깨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일단 좌측에 시진핑, 우측에 김정은이 자리해 소위 스트롱맨 반열에 올라가고 그럼으로써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본인의 위상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도 있는데 이번에는 다자외교무대 등장 시나리오에 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김정은이 할 텐데, 반반이죠, 반반.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반반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 부원장도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다수 국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다자 외교를 하는 것은 북한에게 익숙하지 않고, 전용기가 없다는 점, 장기간 북한을 비울 경우의 부담감 등은 김 총비서의 전승절 참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현 부원장은 러시아로서는 오는 전승절에서 북한이 자국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세계의 질서 변화를 위해 함께 투쟁한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북러 간 논의를 거치며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전승절 참가와 관련해서 저는 확률은 50대 50으로 봐요.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지금 불과 한 주 반 정도 남아있는 이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러시아에 김정은이 갈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신있게 이야기하기는 아직 힘들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